게페우, 게슈타포, 차지철, 장세동, 그리고......
라브렌티 베리야 라는 그루지야 출신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이라 불릴 때의 인물인데, 소련 비밀 경찰인 게페우의 후신 엔카베데(NKVD)를 맡아 요셉 스탈린 씨의 나쁜 짓을 많이 도와 준 인물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기로 유명했던 요셉 스탈린 씨가 유독 라브렌티 베리야만은 신뢰해서 세인들은 라브렌티 베리야를 요셉 스탈린 씨의 충실한 개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날은 스탈린 씨가 길을 가다가
"저 나무는 왜 저기 있나."
라고 하자 어디선가 삽을 하나 구해와서는
"이런 반동분자 같으니! 왜 거기 서서 서기장 동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나!"
를 외치며 나무에 삽질을 가했다고 합니다.
요셉 스탈린 씨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씨가 있듯, 라브렌티 베리야와 쌍벽을 이루는 인물로는 나치 독일 비밀 경찰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게슈타포의 수장이었던 헤르만 괴링 이 있습니다. 1945년의 몰락이 가까워져 오며 히틀러 씨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그렇기 때문에 총통의 명령에 의구심을 갖게 된 자신의 동료들 및 부하들에게
"총통께서 1+1이 3이라고 하면 1+1은 3인 것이다."
라고 했다 합니다.
이와 비슷한 인물로 한국에는 원스타의 직위를 유지하며 전 대통령 전두환 씨의 경호실장을 맡았던 장세동이 있는데 그는 아예 이런 식의 경호에 '심기 경호'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통령 가는 길에 돌부리 하나조차도 걸리적거리지 않게 모두 치워버렸다고 합니다.
어제 여자친구의 심기가 상하는 일이 있었나 봅니다. 자세히 듣고 보면 본인도 그닥 잘 했다는 소리 못 들을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직장 상사의 욕을 하길래
"네가 있는 곳의 좌표를 찍어 보내면 거기로 스커드 미사일을 쏴 보내서 근처를 삭초제근해줄게."
라고 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도 압니다.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말인지. 아마 누구 잘못인지 여자친구도 나중에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알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게 또 먹힙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기가 찰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너를 지지하고 전적으로 네 편이다.' 라는 이 메세지가 인간에게 굉장한 만족감을 줍니다. 많은 귀찮음을 감수해가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에는 이런 것도 있겠지요. 허나 많은 경우, '군대를 안 갔다와서 사회성이 떨어져.'로 시작해 약간의 훈계란 선을 넘어 인생 강의를 펼치는 일이 일어납니다.
라브렌티 베리야, 헤르만 괴링, 차지철, 장세동, 저 같은 악당들은 각기 다르지만 또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독재자를 사로잡았습니다.
p.s: 아침에 나가는데 갑자기 '그런데 왜 대포동이 아니라 스커드야? 그 정도 밖에 안 돼?' 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모시는 분은 스탈린, 히틀러, 전두환보다 더 강합니다. 이러면 계산이 안 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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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존경하는 선배님의 글을 오마주했음을 미리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