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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이색기록] 2. 세 명의 폴 시터 (Pole-S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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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5-19 17:20:43

  제목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 유명한 1997년 유러피언 그랑프리를 다뤄볼까 합니다.

 

 1997 시즌

 

 1996 시즌 더블 챔피언을 차지했던 윌리엄스의 기세는 이듬해에도 사그러들지 않았고 뷜너브, 프렌첸이라는 강력한 드라이버 두명을 내세워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윌리엄스에 큰 차이로 2위를 기록했던 페라리는 슈마허와 어바인을 앞세워 챔피언에 도전했습니다.

 시즌 초반 윌리엄스는 우승을 휩쓸며 뷜너브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리타이어가 발목을 잡으며 컨스트럭터에서는 페라리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시즌 중반 슈마허가 연승을 쌓아가며 페라리가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서 드라이버와 컨스트럭터 모두 선두에 나섰지만 후반기 윌리엄스가 뷜너브의 연승과 프렌첸의 연속 포디움에 힘입어 슈마허와 페라리를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오스트리아 그랑프리에서 윌리엄스가 페라리를 재치고 컨스트럭터 선두에 나섰고 이어진 룩셈부르크 그랑프리 (독일 뉘르부르크링) 에서 슈마허가 리타이어, 뷜너브가 우승을 차지하며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도 뷜너브가 선두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일본 그랑프리에서 슈마허가 우승, 뷜너브는 프랙티스에서 실격을 당하면서 드라이버 챔피언은 최종전인 유러피언 그랑프리에서 가려지게 되었습니다.

 일본 그랑프리가 끝난 시점의 순위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드라이버 챔피언십

 

 1. 미하엘 슈마허 - 78 pt

 2. 자크 뷜너브 - 77 pt

 3. 하인츠-하랄드 프렌첸 - 41 pt

 

 *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1. 윌리엄스 - 118 pt

 2. 페라리 - 100 pt

 3. 베네통 - 64 pt

 

 슈마허와 뷜너브 중 유러피언 그랑프리에서 나은 성적을 기록하는 드라이버가 챔피언이 되거나 두 명 모두 7위 밖으로 밀려나면 슈마허가 챔피언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모든 F1의 시선은 유러피언 그랑프리가 열리는 스페인의 헤레즈 서킷 (Circuito Permanente de Jerez) 에 쏠렸습니다.

 

 헤레즈 서킷

 

 

 헤레즈 서킷은 1985년 문을 연 상설 서킷입니다. 스페인 그랑프리가 카탈루냐 서킷으로 옮긴 1991년 이후로는 1994년 유러피언 그랑프리를 개최했고 이 해 두번째 유러피언 그랑프리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서킷 레이아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1990년 그랑프리에서 마틴 도넬리 (Martin Donnelly) 가 11번 코너에서 커리어가 끝나는 큰 사고를 당한 이후로 해당 구간에 시케인이 설치되었습니다. (훗날 세나 시케인 (Senna Chicane)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서킷 길이는 4.4km로 당시 기준으로 중간 정도였지만 헤어핀 3개와 시케인 한 군데를 제외하면 모두 완만한 코너와 직선 구간으로 이루어져 랩타임이 상당히 빨랐습니다.

 

 Practice

 

 총 4번에 걸쳐 열린 프랙티스에서는 맥라렌이 강세를 보였고 뷜너브는 마지막 세션에서 3위를 차지하며 퀄리파잉 준비를 마쳤습니다.

 

 퀄리파잉

 

 당시 퀄리파잉은 하나의 세션으로 한시간 동안 진행되며 각 드라이버마다 12랩의 기회가 정해져있다는 것이 현재와 다른점이었습니다.

 퀄리파잉이 시작되었고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던 드라이버는 1:22.022를 기록한 프렌첸이었습니다.

 퀄리파잉 종료를 46분을 남겨놓고 플라잉 랩을 시작한 뷜너브는 섹터1에서 프렌첸에 근소하게 앞섰지만 섹터 2, 3에서 프렌첸의 기록을 크게 앞서며 1:21.072로 0.950초 앞선 선두로 올라서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습니다.

 34분을 남겨놓고 플라잉 랩을 시작한 슈마허는 섹터 2까지 뷜너브의 기록보다 0.350초 앞섰지만 마지막 코너를 들어갈때 약간 깊게 들어가는 바람에 라인을 바로잡느라 시간 손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온 슈마허가 결승선을 통과했고 전광판에 찍힌 그의 랩타임은,

 

 "1:21.072"

 

 였습니다. 뷜너브의 기록과 1000분의 1초까지 똑같았지만 규정상 기록이 같을 경우 먼저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슈마허가 2위로 밀려났습니다. 윌리엄스 차고에서는 환호가, 페라리의 차고에서는 탄식이 새어나왔습니다.

 1, 2위가 똑같은 기록이라는 흔치 않은 상황에 서킷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세션 종료 9분을 남겨놓고 3위로 밀려난 프렌첸이 플라잉 랩을 시작했습니다.

 섹터 2까지 프렌첸도 슈마허와 마찬가지로 뷜너브에 0.099초 앞선 기록을 냈습니다. 마지막 코너까지 무난하게 빠져나온 프렌첸이 결승선을 통과했고 전광판에 찍힌 그의 랩타임은 놀랍게도,

 

 "1:21.072"

 

 였습니다.

 프렌첸도 1000분의 1초까지 랩타임이 같았지만 슈마허와 마찬가지로 3위로 밀려나야 했습니다. 이 놀라운 상황에 서킷은 환호성으로 뒤덮였고 프렌첸의 랩타임을 본 슈마허는 처음 겪는 상황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세션 막판 데이먼 힐까지 1:21:130을 기록하며 0.058초 차이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카타야마의 사고로 나온 옐로 플래그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힐이 폴포지션을 따낼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퀄리파잉 순위는,

 

 1. 뷜너브 - 1:21.072

 2. 슈마허 - 1:21.072 (+0.000)

 3. 프렌첸 - 1:21.072 (+0.000)

 4. 힐 - 1:21.130 (+0.058)

 5. 하키넨 - 1:21.369 (+0.297)

 

로 끝났고 뷜너브가 폴포지션을 차지하며 F1 역사상 처음으로 퀄리파잉에서 1, 2, 3그리드가 똑같은 랩타임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하이라이트)

 

 레이스

 

 레이스도 퀄리파잉 못지않게 큰 이슈를 만들어냈습니다.

 스타트에서 슈마허가 뷜너브를 재치고 선두로 나섰지만 뷜너브는 레이스 후반까지 슈마허를 끈질기게 추격했습니다. 마침내 48랩째 슈마허를 추월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코너 안쪽을 파고들며 추월에 성공하는듯 보였지만 슈마허와 뷜너브가 충돌하며 슈마허는 리타이어, 뷜너브는 레이스카에 큰 손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이후 페이스가 떨어진 뷜너브는 하키넨과 쿨싸드에게 잇달아 추월을 허용했고 베르거에 단 0.116초 차이로 앞서며 간신히 3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을 확정지었고 슈마허는 뷜너브와의 배틀 과정에서 고의로 접촉했다는 이유로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가 박탈당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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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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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5-19 18:11:56

슈마허 뷜너브 충돌건은 유명해서 알고 있었는데

예선 기록 3명이 똑같은 기록이 나왔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봐도 봐도 신기합니다;; 영상보니 더 대박이네요;;;

혹 오늘날에도 기록이 같게 나온다면 먼저 기록한 사람 순서로 정리가 될까요?

  

WR
1
2020-05-19 19:21:32

 네 현재도 기록이 동일할 경우 먼저 기록한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집니다. 

1
2020-05-19 19:24:35

1000분의 1초를 겨룬다는 F1이 기록이 같다니..심지어 3명이나요 

다시봐도 믿기지 않네요, 혹시 기록이 잘못 측정되었다거나 그런건 없었겠죠??

WR
1
2020-05-19 19:29:29

 저때 기록 측정을 담당했던 곳이 태그 호이어라 신뢰도 하나는 믿어도 될것 같습니다. 

1
2020-05-19 19:18:24

와... 에선 상위 3명 기록이 모두 똑같다니...

WR
2
2020-05-19 19:27:33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베텔이 0.002초 차이로 폴포지션을 따낸적이 있고 작년에는 영국 그랑프리에서 보타스가 0.006초 차이로 폴포지션을 따냈었네요. 이 두개가 그나마 비벼볼만한 접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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